임당 이야기
내 와이프는 임신성 당뇨, 줄여서 임당에 걸렸었다.
당사자나 배우자나 힘들 수 있는 상황이라 나름 남편 입장에서 기억나는대로 주저리 주저리 기록해보고자 한다.
1. 아내 잘못이 아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평소에 탄수화물 및 당(면, 떡볶이, 아이스크림 등)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로인해 처음 임당 판정을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아내를 엄청 위로하진 않았다.
근데 나중에 좀 더 알아보니 임당이 식습관의 영향은 받을지언정 꼭 아내의 잘못은 아니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냥 남들에 비해 좀 더 호르몬 변화가 크게 왔고 이로인해 임당이 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였다.
실제로 임당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특별히 없다.
다만, 호르몬 변화로 인한 영향이 제일 크다는게 정설이다. (출처)
2. 임당이라고 포기하지마라.
처음 임당 선고를 받았을 때 아내의 표정은 하늘을 잃은 것만 같았다.
집안 분위기는 싸늘하고 서글펐다.
그래도 며칠 지나지 않아 아내는 기운을 되찾았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임당 선고를 받으면 내과에 방문하여 간단한 설명을 듣는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밥을 1/3공기만 먹어야하는 걸로 오해하진 말자. 말그대로 교환 단위이다.
예를 들어 곡류군을 2단위를 먹어야한다면 2/3공기를 먹어도 된다.
생각보다 다양하게 먹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떡볶이나 라면은...포기하는 편이 좋다. 임당 카페에서도 좋은 이야기가 없는 걸로 들었다.
대체로 우리가 자주 먹은 걸 러프하게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 파스타(!)
- 목살 + 쌈 채소 (가끔 삼겹살로 대체)
- 통밀로 된 피자 (ㅊㄷ피자를 자주 시켜먹음)
- 샌드위치
- 햄버거 (감튀는 먹지 않는다. 제로콜라는 당연하고)
- 생선구이
나름 평소에도 먹는 것이 많았다.
지나친 탄수화물이나 너무 기름진 건 피해간다면 다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지나친 과식은 혈당 수치를 오버하게 되니...스트레스는 조금씩 받을 수 밖에 없긴 하다.
3. 좋은 점도 있다.
임당인데 뭐가 대체 좋았냐 라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임당을 어거지로 회피할 바에는 임당 선고를 받는 편이 건강해지는 지름길일 수 있다.
많은 산모들이 임당 선고를 안 받기 위해 급하게 식단 조절과 운동을 하곤 하는데 평소에도 그럴 것이 아니라면 별로 좋지 않을 수 있다.
나는 평소 먹는대로 먹고 임당 선고를 받아서 건강 관리를 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임당 선고를 받고나서 아내는 평소 안 먹던 아침을 먹는 습관이 생겼고
그 아침 식단도 건강식으로 늘 챙겨먹었다.
또한 나 역시 평소보다 더 야채와 생선을 챙겨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가끔 치킨 피자 맥주가 매우 끌렸지만)
그리고 현재도 가끔 혈당 수치를 확인하곤 한다. 물론 아내는 매우 정상으로 돌아왔다.
보통 24주에 임당 선고를 받는다면 약 3~4개월 정도 식단 조절을 하게 되는 셈인데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건강 조절 한다고 생각하고 좋게 생각하자.
그리고 가끔 좋아하는 것도 그냥 섭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너무 참으면 그것도 병이다. 아 그렇다고 순수 당이 들어간 건 좀...
4. 임당으로 인한 아기의 영향은?
일단 아내의 임당 관리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혈당 수치가 기준치를 넘는 경우가 열번 중 한번 정도였을 것이다.
경험적인 측면으로만 적어보자면 우리 아기는 매우 정상이다.
전체적으로 태아일 때 얼굴 둘레가 좀 컸지만 낳고 나서보니 짱구 머리일 뿐, 머리가 크지 않다.
체중도 39주에 태어났을 때 3.5Kg으로 정상에 속했다.
60일이 다되가는 지금 체중이 좀 크게 늘고 있긴한데
신생아~유아 시기에는 안 느는 것보다 낫다고 하여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아내 역시 체중도 빠르게 이전 체중으로 돌아왔으며 혈당 역시 정상이다.